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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왜 샀을까?” – 구옥을 선택한 이유와 장단점

by 쌍용동삼남매 2025. 4. 8.

오늘은 구옥을 선택한 이유와 장단점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 “이 집, 왜 샀을까?” – 구옥을 선택한 이유와 장단점

구옥을 선택한 이유와 장단점
구옥 리모델링

 

처음엔 나도 신축을 원했다


사실 처음부터 구옥을 원했던 건 아니에요. 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모델하우스를 둘러보고, 청약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요즘 집"을 꿈꿨죠. 깨끗하고 냄새 안 나는 화장실, 탁 트인 뷰, 아무 손 안 대도 되는 ‘완성된 공간’. 그런 공간에서의 삶은 분명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에서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지나치게 정형화된 구조, 똑같은 마감재, 지나치게 하얗고 반듯한 공간들이 내 삶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달까요? 살면서 손때를 묻히고, 내 식대로 바꿔가는 재미는 어디 있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동네를 산책하다가 ‘매물’ 딱지가 붙은 오래된 집을 봤어요. 겉에서 보기엔 조금 허름하고 낡았지만, 이상하게 자꾸 눈에 밟혔어요. 골목 끝에 서 있는 그 조용한 집은, 어딘가 정 많고 말을 아끼는 사람 같았어요. 알고 보면 따뜻한 이야기 하나쯤은 숨기고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요.

처음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땐, 솔직히 말해 충격이었어요. 오래된 장판과 벽지, 습기 냄새, 그리고 왜인지 한쪽 벽은 약간 기울어져 있었죠. 하지만 동시에 신기하게도 따뜻했어요. 누군가 이 공간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시간이 느껴졌고, 그게 참 좋았어요.
그렇게, 구옥과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신축보다 나았던 것들, 그리고 감당해야 할 현실


이 집을 선택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자유’였어요.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 내가 원하는 마감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죠. 신축 아파트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대부분의 아파트는 이미 구조가 정해져 있고, 입주자 취향이 반영될 여지는 거의 없거든요.

이 집은 80년대에 지어진 단독주택이었는데, 무엇보다 좋았던 건 넓은 마당과 높은 층고였어요. 요즘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못 할 여유가 있었죠. 마당에는 작은 텃밭도 만들고 싶었고, 나무를 심고 작은 테이블 하나 놓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들떴어요.

또한 가격적인 메리트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신축 아파트는 전세 혹은 아주 작은 평형의 구입만 가능했는데, 구옥은 리모델링 비용까지 포함해도 좀 더 넓은 평수를 가질 수 있었어요. 물론 리모델링이 공짜는 아니지만, 시간과 노력, 감정이 들어가는 만큼 그 가치는 숫자 이상의 의미가 되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현실적인 단점도 있었죠. 가장 힘들었던 건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었어요. 철거를 하다 보니 벽 안쪽에 곰팡이가 퍼져 있었고, 오래된 전기 배선은 전부 갈아야 했어요. 수도관은 낡아서 물이 뿜어져 나왔고, 단열은 아예 안 되어 있어서 겨울엔 냉장고처럼 차가웠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생길 때마다 공사 기간은 늘어나고, 비용은 쭉쭉 올라갔죠. 견적서에 없던 항목들이 계속 생겼고, 때론 ‘이걸 왜 시작했나’ 싶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어요. 내 손을 직접 탄 공간은 그만큼 의미가 있었고, 그 수고가 공간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결국, 나에게 이 집은 ‘시간’이다
사람들은 종종 물어요. "그래도 다시 선택하라고 하면 구옥 살 거야?"
그럴 때마다 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해요.
"응, 또 구옥 살 거야."

이 집을 통해 저는 ‘시간이 흐른 공간’이 주는 안정감을 알게 되었어요. 벽에 남은 흔적, 손잡이의 닳은 질감, 문틈에서 스미는 햇살까지. 새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기가 있었어요. 그 온기 덕분에 리모델링을 하면서도 ‘완전히 바꾸지 말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일부러 오래된 장판 자국을 남겼고, 벽 하나는 옛 벽지를 그대로 보존했어요. 그게 이 집의 역사이자 정체성이니까요. 요즘은 그 자리에 작은 사진을 걸어 두고, 친구들이 오면 "여기 원래 이렇게 생겼었어" 하며 얘기를 꺼내기도 해요.

신축의 매끈함 대신, 구옥의 울퉁불퉁함을 택한 제 선택은 분명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선택 덕분에 저는 공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고,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는 법도 배웠습니다.
결국 이 집은 단순한 ‘집’ 그 이상이에요.
나의 시간과 경험이 켜켜이 쌓여 있는, 살아 있는 공간이니까요.

 

마무리 한 마디

 

혹시 여러분도 구옥을 고민하고 있다면, 단지 ‘낡았다’는 이유로 배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안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가능성과, 무엇보다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