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구조와의 싸움: 구조 변경 가능성과 인허가 현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허물고 싶은 그 벽, 과연 철거해도 될까?
리모델링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손보고 싶은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벽’이다. 답답하게 구획된 작은 방들, 좁은 복도, 불필요한 벽체는 누구나 철거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낡은 구옥에 들어서자마자, ‘이 벽만 없애면 집이 확 트일 텐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철거하고자 했던 벽 중 일부는 ‘내력벽’이었다. 구조상 집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는 중요한 벽으로, 함부로 철거하면 붕괴 위험이 있는 구조다.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내력벽은 건물의 설계도면상 ‘보(梁)’나 ‘기둥’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거를 위해선 반드시 구조 안전 진단과 구조 변경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해당 벽은 철거하지 못했고, 대안으로 ‘부분 개방’을 택했다. 벽의 중간 부분만 트고, 상부에는 철제 보강 빔을 설치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벽 하나 부수는 게 뭐 그리 복잡해?”라는 생각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조 전문가와의 상담, 설계 변경, 그리고 무엇보다 구청에 구조 변경 신고까지 해야 했던 그 과정을 겪고 나니, ‘벽 하나’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천장 높이의 꿈, 그러나 현실은 배관과 구조물의 덫
천장 높이도 구조 변경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관심 갖는 요소다. 나 역시 리모델링을 시작하며 천장을 더 높여 공간감을 확보하고 싶었다. 기존 천장은 답답할 만큼 낮았고, 조명조차 음침하게 느껴졌다. ‘어차피 위에 공간이 남아있을 테니, 그냥 천장 마감재만 걷어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금세 오산임을 알게 되었다.
천장을 철거해보니, 그 안은 마치 배관과 전기선의 정글 같았다. 수도 배관, 냉난방 덕트, 전기선, 심지어 일부 벽체를 지지하는 철 구조물까지 천장 안에 매립돼 있었다. 천장을 높이려면 이 모든 요소를 ‘다른 위치로 이설’해야 했고, 이는 구조적 위험뿐 아니라 비용도 엄청나게 상승하는 원인이 되었다.
특히 구옥일수록 천장 위에 ‘2차 슬라브’라고 불리는 콘크리트 마감층이 추가로 얹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철거하려면 소음, 진동, 먼지 문제로 인해 이웃과의 갈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게다가 일부 지역은 이러한 구조 변경을 위해 구청에 별도의 신고 또는 허가가 필요하다. 내가 살던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천장 일부만 오픈하고, 나머지는 간접조명과 톤 조절로 시각적인 개방감을 주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건 하나다. 천장을 높이는 건 구조적으로 매우 민감한 작업이며, 전문가의 판단 없이는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창문 크기 변경? 생각보다 까다로운 인허가의 벽
‘시원하게 트인 창’은 리모델링의 로망 중 하나다. 낮은 채광, 답답한 창 구조를 바꿔보고 싶어 했던 나는, 창틀을 크게 넓혀 거실과 마당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벽은 ‘외관 변경’ 문제였다. 건축법상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외관을 바꾸는 구조 변경은 신고 또는 허가 대상에 해당한다. 특히 창문 크기를 넓히거나 위치를 옮기는 것은 단순 시공이 아닌 ‘건축물의 형태 변경’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건축사무소를 통해 변경 도면을 구청에 제출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이웃 간 프라이버시’였다. 새로 낸 창의 방향이 바로 옆집 마당을 향하고 있었고, 이에 대해 이웃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공 중에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선 창문 위치나 크기 변경이 사생활 침해 이슈로 이어져 공사 중단 또는 재시공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내 경우는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창 크기를 조금만 넓히는 선에서 마무리했지만, 창문 하나 바꾸는 일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정말 몰랐다.
추가로, 창문 변경을 하게 되면 단열 성능, 방범 기능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단열 기준에 맞는 유리창을 설치하지 않으면 향후 에너지 효율 인증 문제나 누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샤시 교체는 간단해 보여도 외벽 마감까지 다시 손봐야 하기에 비용도 적지 않다.
마무리하며
리모델링에서 구조 변경은 단순히 ‘바꾸는 일’이 아니라 ‘법적, 구조적, 물리적 장벽과 싸우는 일’이다. 벽 하나, 천장 몇 센티, 창문 몇 센티의 차이는 때때로 공정 전면 수정이나 예산 초과, 인허가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구조 변경을 고려할 땐 반드시 전문가와 사전 상담을 거쳐야 하며, 해당 지역의 건축법과 인허가 규정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의 집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와 규칙 속에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리모델링은 내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완성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낡은 구조와의 싸움이 끝났을 때, 비로소 내 공간은 새롭게 태어난다.